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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청/이명/보청기

    난청/이명/보청기 칼럼

      WDRC 압축비와 시간상수 설정의 임상적 함의
      • 작성일26.10.24
      • 조회 191

      WDRC 압축비와 시간상수 설정의 임상적 함의

      강동훈
      강동훈 전문청능사
      청각학 박사과정, 석사, 학사 졸업 / 26.10.24 작성

      광대역 역동범위 압축(WDRC)은 현대 디지털 보청기의 거의 모든 피팅 공식이 전제로 삼는 기본 증폭 틀이다. 1980년대 후반 상용화된 이래 10년 안에 거의 모든 제조사가 WDRC 제품을 내놓았을 만큼 빠르게 산업 표준이 됐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임상 현장에서는 압축역치와 압축비를 매뉴얼 기본값에 맡겨 두고 넘어가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압축비 설정이 어음인지와 음질, 착용 순응도에 미치는 영향은 선형증폭 시대의 직관만으로는 예측하기 어려운 비선형적 상호작용을 포함하고 있어서, 압축 원리를 다시 짚는 작업은 임상 의사결정의 실무이기도 하다.

      왜 다시 WDRC인가

      와우 압축의 소실과 역동범위 축소

      감각신경성 난청에서 외유모세포가 손상되면 정상 와우의 비선형 압축 기능이 소실되면서 역치는 상승하지만 불쾌역치는 크게 변하지 않는 음량누가(loudness recruitment)가 나타난다. 압축은 바로 이 외유모세포 손상에서 비롯된 음량누가를 보상하는 처리 전략이며, 이상적으로는 누가가 있는 귀의 좁아진 역동범위를 정상 귀의 역동범위에 가깝게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선형증폭기는 입력 수준에 관계없이 동일한 이득을 적용하므로 작은 소리는 들리지 않고 큰 소리는 불쾌해지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피할 수 없다. WDRC는 입력 수준에 따라 이득을 연속적으로 조절해 넓은 입력 범위를 좁아진 지각 창 안에 욱여넣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이 아이디어를 체계적인 다채널 압축 설계로 제안한 인물이 에드거 빌처(Edgar Villchur)다. 그는 입력 신호를 여러 주파수 채널로 나누고 채널마다 다른 이득을 적용해 청력역치와 역동범위가 주파수별로 달라지는 문제를 보상할 수 있다고 처음 주장했다. 1973년 미국음향학회지(JASA)에 발표한 지각성 난청의 어음명료도 개선 논문은 압축 보청기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문헌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다만 그의 초기 실험은 2채널 구성에서 얻어진 것이었고, 이후 채널 수를 크게 늘린 실험에서는 채널 증가가 반드시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났다.

      압축역치, 압축비, 니포인트

      입출력 함수(I/O function)를 이해하면 WDRC의 전체 그림이 명확해진다. 압축역치(Compression Threshold, CT)는 압축이 적용되지 않았을 경우보다 출력이 2dB 낮아지는 지점으로 정의되며, 그 모양이 구부린 무릎처럼 보인다고 해서 니포인트라는 별칭이 붙었다. 압축역치 아래에서는 선형 이득이 적용돼 작은 소리의 청취 가능성을 확보하고, 압축역치 위에서는 압축비에 따라 이득이 점진적으로 줄어든다. 상용 제품 다수가 기본 설정으로 40에서 50dB SPL 사이의 값을 채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압축비는 입력 수준 변화량 대비 출력 수준 변화량의 역수로 정의된다. 압축비 2대1은 입력이 2dB 증가할 때 출력은 1dB만 증가한다는 뜻이며, 비율이 클수록 입출력 곡선의 기울기는 완만해지고 압축 강도는 커진다.

      WDRC와 압축제한(compression limiting)을 가르는 기준도 바로 이 조합이다.

      WDRC(전역동범위압축)
      압축역치가 낮은 보청기를 가리키며, 압축비는 대개 5대1 미만을 쓰는 것이 관례로 알려져 있다.
      압축제한(compression limiting)
      압축역치가 높은 보청기를 가리키며, 압축비는 8대1을 넘는 값을 쓰는 것이 관례로 알려져 있다.

      실제 피팅에서는 저출력 구간에 낮은 압축비를, 최대출력이 불쾌역치에 근접하는 고출력 구간에 높은 압축비를 적용하는 이중 구조를 결합하는 경우가 흔하다.

      압축의 세 번째 축은 시간 상수다. 압축작동시간(attack time)과 복원시간(release time)은 압축회로가 활성화 또는 비활성화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밀리초 단위로 나타낸다. 작동시간은 보통 10밀리초 이하로 짧게 설정돼 신호 강도가 급격히 증가할 때도 신속히 반응한다. 복원시간은 제품과 전략에 따라 편차가 크며, 그 길이에 따라 음절 단위로 반응하는 빠른 압축(syllabic compression)과 평균 수준에 서서히 반응하는 느린 압축(자동이득조절)으로 나뉜다. 복원시간이 200밀리초보다 짧으면 빠른 압축, 길면 느린 압축으로 분류하는 관례가 통용된다.

      빠른 압축과 느린 압축, 끝나지 않는 논쟁

      어느 압축 속도가 어음인지에 유리한가는 WDRC 역사 내내 반복돼 온 질문이다. 빠른 압축을 지지하는 입장은 음절 단위로 이득을 재조정해 약한 자음까지 가청 범위 안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실제로 조용한 환경을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에서 빠른 압축의 어음인지 이점이 보고된 바 있다. 반대로 느린 압축을 지지하는 입장은 복원시간을 늘리면 보청기가 사실상 선형증폭에 가깝게 작동해 어음의 포락선과 스펙트럼 대비가 덜 왜곡된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짧은 복원시간을 쓰는 빠른 압축에서는 양이 간 레벨차(ILD) 같은 공간 단서가 줄어드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연구들은 이 논쟁에 쉬운 답이 없음을 재확인한다. 배경잡음이 간헐적으로 변동하는 조건에서는 빠른 압축이 낮은 신호대잡음비 구간의 가청도를 높여 주는 효과가 관찰됐고, 신호 수준이 잡음을 웃도는 구간에서는 빠른 압축의 뚜렷한 불리함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반향 환경에서 문장 인지를 비교한 연구에서는 정반대로 느린 압축 복원시간의 이득이 선형증폭이나 빠른 압축보다 컸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 불일치를 설명하는 한 축으로 청자의 작업기억 용량이 거론된다. 임상적으로 피팅된 보청기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작업기억, 난청 정도, 연령은 모두 어음인지에 영향을 미쳤지만 그 양상은 압축 속도에 따라 달랐다. 빠른 압축에서는 작업기억이 높은 환자가 가장 좋은 수행을 보인 반면, 느린 압축에서는 작업기억의 영향이 뚜렷하지 않았다.

      환자 선호도를 조사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서도 난청 정도가 클수록 느린 압축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으며, 평균 청력역치 35dB HL을 경계로 그 아래는 빠른 압축을, 위는 느린 압축을 기본값으로 설정했을 때 환자 선호를 약 80% 수준으로 맞출 수 있었다고 보고됐다. 다만 같은 연구는 압축 속도가 조용한 환경이나 소음 환경의 객관적 어음인지 점수 자체에는 유의한 차이를 만들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압축 속도 선택이 객관적 점수보다 주관적 선호와 착용 순응도에 더 크게 관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35dB HL
      빠른/느린 압축 전환 기준 청력역치
      80%
      해당 기준 적용시 환자 선호 일치율

      선형증폭 대비 WDRC, 과장 없이 본 성과

      WDRC가 선형증폭보다 전반적으로 우월하다는 단순화는 실제 임상 비교 연구 결과와 어긋난다.

      미국 보훈부 산하 8개 청각센터가 참여한 대규모 교차설계 임상시험은 360명의 양측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를 선형 피크클리핑, 압축제한, WDRC 세 회로에 교차 배정해 비교했다. 이 연구는 여러 기관에 걸쳐 보청기 회로의 효과를 엄밀하게 비교한 최초의 대조 임상시험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360명
      양측 감각신경성 난청 참여자
      8개
      참여 청각센터
      3종
      비교 회로(선형 피크클리핑, 압축제한, WDRC)

      세 회로 모두 무보청기 대비 유의한 어음인지 개선을 보였고, 회로 간 차이는 환자군 전체로 보면 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WDRC의 이론적 장점이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크기의 실익으로 전환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WDRC의 비교적 확실한 강점은 음량 쾌적성과 다양한 입력 수준에 걸친 청취 편의성이다. WDRC는 다양한 입력 수준에서 향상된 가청도와 더 나은 쾌적성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현대 보청기 증폭 방식에서 폭넓게 자리잡았다고 평가된다.

      반면 압축이 어음의 시간적, 스펙트럼적 대비를 흐려 오히려 인지를 저해할 수 있다는 반론도 꾸준히 제기된다. 압축이 어음을 역치 위로 끌어올려 명료도를 개선한다는 가정과, 압축이 포락선을 왜곡해 오히려 명료도를 떨어뜨린다는 가정은 WDRC 연구사 내내 대립해 온 두 축이다.

      선형증폭은 포락선 왜곡 문제에서는 비교적 자유롭지만, 역동범위가 매우 좁은 중도에서 고도 난청에서는 최대출력 제한과 불쾌역치 초과라는 별개의 문제를 안고 간다. 결국 실무적으로는 WDRC를 기본 틀로 삼되, 압축비와 시간상수를 환자의 역동범위 폭과 난청 정도에 맞춰 세밀하게 조정하는 쪽이 더 방어 가능한 접근이다.

      음량 정상화 기반 피팅 공식들

      압축역치와 압축비를 실제로 어떻게 정할지에 대한 답으로 임상청각학은 여러 피팅 공식을 발전시켜 왔다.

      NAL-NL1/NL2
      국립음향연구소(NAL) 계열의 NAL-NL1은 어음명료도 지수(SII) 모델을 이용한 최적화 과정을 통해 이득과 주파수 반응의 형태를 어음명료도 모델이 결정하도록 설계됐다. 단순한 음량 정상화가 아니라 어음명료도 극대화를 명시적 목표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전 공식들과 차별화된다. 이후 NAL-NL2는 음량 정상화 원칙과 비교해 NAL-NL1의 이득 및 주파수 반응 형태에 대한 선호도를 검증한 경험적 자료를 반영해 조정됐다.
      DSL[i/o]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학 계열의 DSL[i/o]는 음량 정상화에 더 가까운 설계 철학을 취했다. 다양한 입력 수준의 음량 데이터를 곡선형 적합으로 매핑해 주파수별 목표 출력 수준을 산출하며, 이 목표치로 피팅된 WDRC 보청기가 다양한 입력 수준에서 어음의 쾌적성과 명료도를 동시에 달성했다는 보고가 있다. 소아 피팅에서는 DSL[i/o]로 피팅된 WDRC 보청기가 아동의 쾌적음량레벨(PLL)을 NAL-RP나 NL1보다 더 근접하게 맞춰 주었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두 접근 모두 압축역치와 압축비라는 동일한 파라미터를 다루지만, 어음명료도 극대화와 음량 정상화라는 서로 다른 최적화 목표에서 출발한다는 차이가 있다.

      임상 피팅에서의 실무적 함의

      임상 피팅에서의 실무적 함의

      압축비와 시간상수를 둘러싼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보편적 정답보다 환자군별 접근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역동범위가 비교적 넓은 경도에서 중도 난청에서는 낮은 압축비와 빠른 압축으로 음절 단위 가청도를 확보하는 전략이 설득력을 갖는다. 반면 역동범위가 매우 좁은 고도에서 심도 난청이나 인지적 부담이 큰 고령군에서는 느린 압축이나 보수적인 압축비로 음질 왜곡을 줄이는 쪽이 착용 순응도에 유리할 수 있다.

      실이측정(REM)을 통한 입출력 함수 검증과 불쾌역치 재평가, 환자가 직접 보고하는 주관적 음질 평가를 결합하는 과정이 결국 피팅 공식의 출발값을 환자 개인에 맞게 조정하는 핵심 단계로 남는다. 압축 파라미터는 한 번 정하고 끝내는 숫자가 아니라, 청능사가 환자의 청취 경험을 관찰하며 반복 검증하고 다듬어 가는 변수로 다뤄야 한다.

      참고문헌

      • Villchur E. (1973). Signal processing to improve speech intelligibility in perceptive deafness. Journal of the Acoustical Society of America, 53(6), 1646-1657.
      • Souza PE. (2002). Effects of Compression on Speech Acoustics, Intelligibility, and Sound Quality. Trends in Amplification, 6(4), 131-165.
      • Byrne D, Dillon H, Katsch R, Ching T, Keidser G. (2001). NAL-NL1 procedure for fitting nonlinear hearing aids: characteristics and comparisons with other procedures.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Audiology, 12(1), 37-51.
      • Keidser G, Dillon H, Carter L, O'Brien A. (2012). NAL-NL2 empirical adjustments. Trends in Amplification, 16(4), 211-223.
      • Seewald R, Moodie S, Scollie S, Bagatto M. (2005). The DSL Method for Pediatric Hearing Instrument Fitting: Historical Perspective and Current Issues. Trends in Amplification, 9(4), 145-157.
      • Larson VD, Williams DW, Henderson WG, et al. (2000). Efficacy of 3 Commonly Used Hearing Aid Circuits: A Crossover Trial. JAMA, 284(14), 1806-1813.
      • May T, Kowalewski B, Dau T. (2018). Signal-to-Noise-Ratio-Aware Dynamic Range Compression in Hearing Aids. Trends in Hearing, 22.
      WDRC 압축비와 시간상수 설정의 임상적 함의
      강동훈 대표
      강동훈 대표이사 / 전문청능사
      청각학 박사과정, 석사, 학사 졸업, 전문청능사
      • - 전문청능사, 청각학 석사, 학사 졸업
      • - 한림대학교 대학원 청각학 박사과정
      • - 청능훈련 주제 학술논문 발표(2020)
      • - 하나히어링 12단계 피팅 프로토콜 설계
      대표논문 보청기를 착용한 노인의 문장 순서화를 이용한 청능훈련 Audiology and Speech Research 2020;16(2):12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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