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과 평형
원격마이크 스피커배치가 어음평가 결과를 바꾼다
- 작성일26.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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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마이크 스피커배치가 어음평가 결과를 바꾼다

개인용 원격마이크 시스템(RM)은 신호 대 잡음비(SNR)를 개선해 소음 속 어음이해를 돕는 보청기 액세서리로 임상 현장에 자리잡았다. 문제는 이 기기의 혜택을 수치화하는 검사 절차 자체가 기관마다, 연구실마다 제각각이라는 데 있다. 스피커를 몇 개 쓰는지, 음성과 소음 스피커를 몇 도 간격으로 놓는지, 원격마이크를 스피커에서 얼마나 떨어뜨려 놓는지에 따라 같은 기기, 같은 피검자라도 전혀 다른 숫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 최근 재조명되는 쟁점이다.
왜 스피커 배치가 다시 문제가 되는가
영국 Mary Hare 청각장애 학교 부설 연구진이 수행한 석사학위 연구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소음 속 어음평가는 개인용 청취기기의 효과, 소음과 거리가 어음변별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고 무선 원격마이크 시스템(WRMS)의 설정을 검증하기 위해 시행된다. 그런데 이 WRMS 설정을 검증하기 위한 스피커 구성에는 표준 프로토콜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검사는 두 개의 스피커로 이뤄지지만, 이는 소음에 둘러싸인 교실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연구의 출발점이었다.
2스피커 대 3스피커, 무엇이 다른가
이 연구는 임상 현장에서 흔히 쓰이는 2스피커 설정과, 독일 Husstedt 등이 제안한 3스피커 설정을 같은 피검자 집단에게 반복측정으로 비교했다. 2스피커 설정은 제조사의 권고 설정과 보조청취기기작업반(ALTWG)의 WRMS 모드 자문을 따라 진행됐고, 3스피커 설정은 Husstedt 등이 권고한 방식대로 진행됐다. 결과는 단순하지 않았다. 3스피커 설정에서는 원격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 어음변별 점수가 더 낮게 나타났다. 소음원의 공간적 분포를 늘릴수록 원격마이크 미사용 조건의 기저선 자체가 나빠진다는 뜻이며, 원격마이크의 혜택으로 보고되는 수치는 상당 부분 기저선을 어떻게 잡느냐에 좌우됨을 시사한다.
같은 연구는 기관별 권고가 이미 통일돼 있지 않다는 사실도 짚었다. 스피커 구성은 미국청각학회(2011), 프랑스청각학회(Joly 등, 2020), ALTWG(BATOD) 등 기관마다 별도로 제시되고 있다. 저자는 이로부터 적어도 영국 내에서는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 표준 검사 프로토콜이 확립되어 공유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을 내놓았다. 특정 국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원격마이크 평가 전반에 걸친 구조적 공백으로 읽힌다.
각도와 거리가 만드는 SNR 차이
스피커 배치가 결과를 바꾸는 기전은 신호처리 관점에서 보면 직관적이다. 원격마이크가 수음하는 음성 레벨은 송화자 입과 마이크 사이 거리에 좌우되고, 청취자가 듣는 소음 레벨은 소음원의 공간적 분포와 반사 환경에 좌우된다. 유럽보청기전문가연합회(EUHA)의 측정 체계를 다룬 논문은 이 딜레마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체계에서는 목에 거는 방식으로 착용하는 마이크는 80dB SPL, 입 앞에 놓는 마이크는 85dB SPL이라는 서로 다른 기준 음성 레벨을 가정하며, 스피커를 하나만 쓰는 간이 설정에서는 음성 레벨을 원격마이크 위치와 청취자 위치 둘 중 한 곳에서만 맞출 수 있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같은 기기라도 목걸이형이냐 클립형이냐, 혹은 스피커 하나짜리 설정이냐에 따라 검사 보정값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고전적인 미국언어청각협회(ASHA)의 FM 시스템 적합 지침도 유사한 문제를 다뤘다. 45도 방위각으로 음장을 보정했을 때 음성 강도는 68dB SPL 수준이 되어 보청기 마이크로 들어가는 전형적 입력과 일치하게 된다고 보았고, 플러스마이너스 45도 스피커 배치 대신 0도에서 음성, 180도에서 소음을 제시하는 배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각도 선택 하나가 보청기 마이크 입력 기준값 전체를 바꾸는 셈이다.
실험실 연구들이 실제로 사용한 배치를 비교하면 다양성이 더 두드러진다. 복합 청취상황을 다룬 한 연구는 피검자 앞 1.4미터 거리에 근거리 스피커를, 6.4미터 거리에 원거리 스피커를 배치해 근거리와 원거리 조건을 함께 평가했다. 반면 언어장애 아동을 다룬 최근 연구는 목표 음성을 0도 스피커에서, 독립적인 소음을 좌우 45도, 90도, 135도 및 180도에 배치한 일곱 개 스피커에서 제시하는 훨씬 복잡한 공간 배치를 사용했다. 두 연구 모두 원격마이크의 효과를 보고했지만, 측정하는 소음 속 상황의 정의 자체가 다르다.
임상 현장에서 보고되는 효과 크기의 폭
이런 배치 차이는 보고되는 혜택의 크기를 넓은 범위로 흩어놓는다. 호주 멜버른대 연구진이 수행한 최근 연구는 가장 낮은 신호대잡음비 조건에서 원격마이크를 사용한 난청 참가자가 정상청력 대조군보다 유의하게 많은 어음을 지각했다고 보고했다. 이 연구의 검사 환경은 가로세로 6.0 x 4.5미터의 카펫이 깔린 방에서 네 모서리에 소음용 스피커를 배치하고, 전방에 음성용 스피커 하나를 두어 원격마이크를 그 아래 25센티미터 지점에 매단 설정이었다.
반면 네 가지 무선 프로토콜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원격마이크 사용이 전방향성 보청기 단독 조건 대비 신호대잡음비를 16dB에서 22.7dB까지 유의하게 개선했다고 보고됐다. 수 데시벨 단위로 갈리는 이런 편차의 상당 부분이 실제 기기 성능 차이가 아니라 검사 설정 차이에서 기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임상 현장에 주는 시사점
이상의 흐름을 종합하면 몇 가지 실무적 함의가 뚜렷해진다.
- 원격마이크 적합 전후 비교평가를 설계할 때는 스피커 개수와 각도, 원격마이크와 스피커 사이 거리를 사전에 고정하고 기록해 두는 절차가 필요하다. 같은 센터 안에서도 검사자마다 다른 배치를 쓰면 종단 비교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 제조사가 제시하는 효과 크기나 논문에서 인용되는 SNR 개선 수치를 참고할 때는 그 수치가 어떤 공간 배치에서 얻어졌는지 함께 확인하는 절차가 바람직하다. 스피커 하나짜리 간이평가에서 얻은 결과와 다중 소음원 환경에서 얻은 결과는 임상적 의미가 다르다.
- 국내에서도 전문청능사들 사이에 원격마이크 관련 평가에서 참조할 수 있는 표준 배치안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도 기관별 권고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 자체가 평가 결과의 기관 간 비교를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이미 나와 있는 만큼, 학회 차원의 가이드라인 정비가 뒤따른다면 임상 현장의 재현성 문제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은 과제
이 영역의 근본적인 어려움은 소음 속 실제 생활을 음장 검사실 안에 완벽히 재현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스피커를 늘릴수록 생태학적 타당도는 높아지지만 검사 소요시간과 장비 부담이 커지고, 스피커를 줄일수록 재현은 쉬워지지만 실제 환경과의 괴리가 커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배치가 정답인가보다, 어떤 배치를 썼는지 투명하게 기록하고 그 조건 안에서만 결과를 해석하는 태도일 것이다. 평가 프로토콜의 표준화는 더 정교한 장비의 문제가 아니라 검사자 사이의 합의와 보고 관행의 문제에 가깝다.
참고문헌
- Bailey, A. (2023). A Comparison Between Two Different Speech in Noise Test Setups. MSc dissertation, Mary Hare.
- Wagener, K. C., Vormann, M., Latzel, M., & Mulder, H. E. (2018). Effect of Hearing Aid Directionality and Remote Microphone on Speech Intelligibility in Complex Listening Situations. Trends in Hearing.
- Zanin, J., Vaisberg, J., Swann, S., & Rance, G. (2025). Evaluating benefits of remote microphone technology for adults with hearing loss using behavioural and predictive metrics. International Journal of Audiology, 64(4), 327-335.
- Design and verification of a measurement setup for wireless remote microphone systems (WRMSs). International Journal of Audiology, 2021.
- American Speech-Language-Hearing Association. (2002). Guidelines for Fitting and Monitoring FM Systems.
- Gordon, K. R., McCreery, R. W. et al. (2025). Remote Microphones Support Speech Recognition in Noise and Reverberation for Children With a Language Disorder. Language, Speech, and Hearing Services in Schools, 56(1), 225-233.
- The Benefit of Remote Microphones with Four Different Wireless Protocols. Canadian Audiologist, 2016.


- - 전문청능사, 청각학 석사, 학사 졸업
- - 한림대학교 대학원 청각학 박사과정
- - 청능훈련 주제 학술논문 발표(2020)
- - 하나히어링 12단계 피팅 프로토콜 설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