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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청/이명/보청기 칼럼

      누가현상과 역동범위 축소, 압축이 필요한 이유
      • 작성일26.10.28
      • 조회 980

      누가현상과 역동범위 축소, 압축이 필요한 이유

      강동훈
      강동훈 전문청능사
      청각학 박사과정, 석사, 학사 졸업 / 26.10.28 작성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 중 보청기 처방을 이비인후과에서 받은 이들에게 피팅 상담을 하다 보면 "조용한 소리는 안 들리는데 큰 소리는 오히려 시끄럽다"는 호소를 자주 듣는다. 이 현상을 청각학에서는 누가현상(recruitment)이라 부르는데, 이 용어 자체가 1930년대 이비인후과 의사의 임상 관찰에서 출발했다. 뉴욕의 이비인후과 의사 파울러가 1936년 발표한 논문에서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누가현상이라는 오래된 용어

      이후 스타인버그와 가드너는 1937년 미국음향학회지(Journal of the Acoustical Society of America)에서 누가현상을 단순한 청각 과민이 아니라 압축 기능의 상실로 재해석했다. 이들은 편측성 난청과 누가현상을 가진 피험자를 대상으로 누가현상이 확장기(expander)의 작용과 유사하다는 점을 실험적으로 보여주었다. 이 재해석은 이후 보청기 신호처리 이론이 압축 중심으로 발전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토대가 되었다. 파울러 본인도 1950년 라링고스코프(The Laryngoscope)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고, 1951년 에비는 같은 저널에 누가현상 검사를 와우성 난청과 후미로성 난청의 감별에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외유모세포 손상과 역동범위 축소의 기전

      누가현상의 생리적 기전을 이해하려면 먼저 정상 와우의 비선형 증폭 체계를 짚어야 한다. 정상 와우에서는 외유모세포가 능동적 증폭기로 작동하여 저강도 음에 대해 기저막 진동을 선택적으로 크게 증폭시키고, 음압이 커질수록 증폭 정도를 줄이는 압축적 비선형성을 보인다. 이 압축 기능 덕분에 사람의 귀는 가청역치부터 불쾌역치까지 매우 넓은 음압 범위를 처리할 수 있다.

      외유모세포가 손상되면 이 능동 증폭 기전 자체가 사라진다. 여러 선행 연구들이 누가현상을 와우 증폭의 감소로 설명해왔으며, 외유모세포 손상이 기저막의 비선형 특성을 변화시켜 청신경의 비정상적 반응을 유발하고 이것이 누가현상과 연관된다고 보고된다. 외유모세포가 담당하던 저강도 영역의 선택적 증폭이 사라지면서 저강도 음에 대한 역치는 상승하지만, 고강도 영역에서는 애초에 능동 증폭의 기여가 적었기 때문에 역치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작다. 그 결과 역치 부근에서는 음이 거의 들리지 않다가 역치를 조금만 넘으면 음량이 급격히 커지는 비정상적으로 가파른 음량 성장 함수가 나타난다.

      이를 역동범위의 관점에서 다시 쓰면, 가청역치는 상승하는데 불쾌역치는 상승 폭이 작아서 쾌적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압의 폭 자체가 좁아지는 것으로 요약된다. 신경생물학적 기전을 정리한 한 리뷰 논문은 정상 청력에서 불쾌역치(UCL)가 대략 100 dB HL 부근에서 형성된다고 보고하는데, 중고도 감각신경성 난청에서는 가청역치가 크게 상승한 반면 불쾌역치는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역동범위 자체가 수십 dB 수준으로 좁아질 수 있다.

      불쾌역치(UCL/LDL) 평가, 왜 쉽지 않은가

      역동범위를 임상적으로 규정하려면 가청역치 외에 불쾌역치, 즉 UCL 또는 LDL(loudness discomfort level)을 함께 측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 측정은 순음청력검사만큼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 LDL 측정의 일관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권고들이 존재하지만, 자극음의 종류나 심리음향적 접근법이 연구마다 달라 보편적으로 표준화된 단일 측정법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고된다.

      파스코가 1988년 제시한 LDL 규준 데이터는 이후 여러 재검증 연구의 비교 기준이 되어왔다. 다만 흥미롭게도 여러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바는, 난청이 중등도 이상으로 심해질수록 역치와 LDL 사이의 상관관계가 오히려 약해지고 개인차가 커진다는 점이다. 이는 역동범위 축소의 정도를 순음역치만으로 예측할 수 없으며, 환자별로 UCL을 직접 측정하는 과정이 생략될 수 없음을 뜻한다. 임상에서는 대개 주파수별 혹은 광대역 자극을 단계적으로 상승시키며 음량을 범주 척도로 평정하게 하고, 불쾌하다고 보고한 최저 강도를 UCL로 기록하는 절차를 따른다. 이 과정이 순음역치 검사보다 환자의 주관적 보고에 더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검사자의 지시문 표준화와 반복 측정이 중요하게 강조된다.

      단순 증폭이 아니라 압축이 필요한 이유

      역동범위가 좁아진 귀에 선형 증폭기를 적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누가현상의 정의 자체에서 이미 예견된다. 작은 소리를 가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전체 이득을 높이면, 원래도 가파르게 커지던 음량 성장 곡선 위에서 중간 강도 이상의 입력음이 곧바로 불쾌역치를 넘어서 버린다. 자음처럼 약한 요소를 들리게 하려 이득을 올리면 문을 쾅 닫는 소리 같은 고강도 요소가 고통스러울 정도로 커진다는 점이 보청기 성능을 다루는 여러 해설에서도 지적된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보청기 신호처리는 선형 증폭 대신 압축을 채택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빌처가 1973년 미국음향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은 지각성 난청에서 어음명료도를 향상시키는 신호처리 방식을 다룬 논문으로, 보청기 압축 이론의 초석이 된 논문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후 자동이득조절 압축기를 이용해 주파수별 누가현상 정도에 맞추어 압축비를 설정하는 방식이 특허와 임상 연구 양쪽에서 구체화되었다.

      현재 보청기에 널리 쓰이는 광역동범위압축(WDRC)은 정상 청자가 경험하는 넓은 음압 범위를 손상된 귀가 쾌적하게 처리할 수 있는 좁은 범위로 압축하는 기법으로 설명되며, 누가현상이야말로 현대 보청기 설계가 다루어야 할 기본적인 청각학적 과제로 꼽힌다. 압축은 소리를 단순히 작게 만드는 기능이 아니라, 저강도 입력에는 상대적으로 큰 이득을, 고강도 입력에는 작은 이득을 적용함으로써 외유모세포가 상실한 비선형 증폭 기능을 전기음향적으로 대신 구현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압축 시간상수나 채널 수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어음명료도와 음질 사이의 절충점이 달라진다는 점도 함께 다뤄진다.

      청각과민증(hyperacusis)과의 구분

      누가현상과 자주 혼동되는 개념이 청각과민증이다. 두 현상 모두 일상적인 강도의 소리에 불편감을 호소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기전과 임상적 맥락은 다르다. 누가현상은 가청역치 상승을 전제로 한 현상으로, 외유모세포 손상에 따른 비선형 증폭 상실이 음량 성장 함수를 가파르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반면 청각과민증은 정상 범위이거나 경미하게만 저하된 역치를 가진 사람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으며, 일상 환경음에 과도한 민감성이나 고통에 가까운 불쾌 반응을 보이는 상태로 기술된다.

      두 현상의 신경생물학적 기전을 비교한 한 리뷰는 손상 부위에서 비롯된 소리 지각 증가가 정확히 어느 경로를 거치는지에 대해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말초 와우 손상 이후 나타나는 청신경 반응 변화가 두 현상에서 서로 다른 신경학적 과정을 거칠 가능성을 제시한다. 임상적으로는 순음역치가 정상에 가까운데도 소리 불내성을 강하게 호소한다면 누가현상보다 청각과민증 쪽에 무게를 두고 평가 방향을 잡아야 한다. 이 구분은 피팅 전략에도 직접 영향을 준다. 누가현상에는 압축을 통한 역동범위 재배치가 핵심 대응이 되지만, 청각과민증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이비인후과 영역의 평가와 더불어 소리 노출 관리 등 다른 접근이 함께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피팅 현장에서의 함의

      전문청능사 입장에서 누가현상과 역동범위 축소를 이해하는 일은 압축비, 압축역치, 채널별 이득을 설정하는 모든 의사결정의 근거가 된다. 순음역치만으로 처방 공식을 적용하는 것과, 주파수별 UCL을 실측하여 역동범위의 폭을 직접 확인한 뒤 압축 파라미터를 개인화하는 것은 결과물의 질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고도 이상의 난청이나 급격한 음량 성장을 호소하는 경우일수록 역치와 UCL의 상관관계가 느슨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처방 공식이 제시하는 목표 이득을 실이측정(REM)으로 검증하고 환자의 쾌적 음량 보고와 대조하는 과정이 생략되어서는 안 된다. 누가현상이라는 9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개념이 오늘날 디지털 보청기의 다채널 압축 알고리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 분야의 평가와 피팅이 결국 하나의 연속된 과학적 흐름 위에 있음을 보여준다.

      참고문헌

      • Fowler, E. P. (1936). Archives of Otolaryngology, Chicago, 24, 731.
      • Fowler, E. P. (1950). The recruitment of loudness phenomenon. The Laryngoscope, 60(7), 680-695.
      • Eby, C. (1951). Recruitment of loudness in the differential diagnosis of end-organ and nerve fibre deafness. The Laryngoscope, 61(5), 400-414.
      • Steinberg, J. C., & Gardner, M. B. (1937). The dependency of hearing impairment on sound intensity. Journal of the Acoustical Society of America, 9(1), 11-23.
      • Villchur, E. (1973). Signal processing to improve speech intelligibility in perceptive deafness. Journal of the Acoustical Society of America, 53(6), 1646-1657.
      • Auerbach, B. D., et al. (2022). A Review of the Neurobiological Mechanisms that Distinguish Between Loudness Recruitment and Hyperacusis. (PMC9006468, PubMed 35396343)
      • Pascoe, D. P. (1988). Clinical measurements of the auditory dynamic range and their relation to formulas for hearing aid gain. (이후 재검증 연구들에서 비교 기준으로 인용됨)
      누가현상과 역동범위 축소, 압축이 필요한 이유
      강동훈 대표
      강동훈 대표이사 / 전문청능사
      청각학 박사과정, 석사, 학사 졸업, 전문청능사
      • - 전문청능사, 청각학 석사, 학사 졸업
      • - 한림대학교 대학원 청각학 박사과정
      • - 청능훈련 주제 학술논문 발표(2020)
      • - 하나히어링 12단계 피팅 프로토콜 설계
      대표논문 보청기를 착용한 노인의 문장 순서화를 이용한 청능훈련 Audiology and Speech Research 2020;16(2):12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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